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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옥 한동대학교 객원교수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새 술을 헌 부대에 담게되면 헌부대가 터져서 술도 버리게 되고 부대도 버리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집무를 기존 대통령의 거처인 청와대가 아닌 새로운 용산에서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있는 결정으로 생각된다. 윤석열 시대의 성패는 ‘젊은이들이 꿈을 가질 수 있는 미래 비전이 있는 나라, 모든 국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하여 윤석열 정부는 6대 국정목표와 11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여 발표하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원전 정책인 ‘탈원전 정책 폐기와 원자력산업의 생태계 강화’가 상식과 공정의 원칙 과제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정책은 정파적인 문제가 아니라 상식과 공정에 근거하여 국민을 이롭게 하는 중장기적인 국가 핵심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하여 에너지 문제는 국가 존립에 영향을 줄 정도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 러시아에 석유와 가스를 의존한 국가들은 심각한 경제적 부담과 에너지 정책의 틀을 다시 설계해야 할 위기에 봉착하였다. 세계 각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수출이 막히고, 탄소를 줄이는데 엄청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다가오는 지구온난화 위기를 극복할 무탄소 전원인 원전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국내 원전의 활용과 안전을 강화하는 방안과 이에 기반한 원전 해외수출 목표까지 의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동 과제가 대통령 임기 내에 잘 추진되어 원자력 최강국 도약, 국내 에너지안보와 해외수출 그리고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크게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동 국정과제를 원활하게 이행하기 위한 4가지 보완전략을 아래와 같이 제시 하고자 한다.
첫째, 신규원전(1500Mw급, 4기) 건설계획의 재추진이다.
신 정부 국정과제에는 신한울 3,4호기(APR1400) 건설 재개가 포함되어 있으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7-2031)에서 제외된 신규원전 4기(1500Mw급, 4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 동 원전들은 계획준공시점이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직접적으로 기여하지는 않아도 2050 탄소 중립목표 달성에는 꼭 필요하다. 또한 원 계획(제7차 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의 로형은 안전성과 경제성이 향상된 차세대원자로(APR플러스,1500Mw급)로서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이미 설계인증을 받았기 때문에 대통령 임기중에 건설되어 기존의 대형원전 APR1400과 함께 국내외 시장에 나온다면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 목표 달성에도 훨씬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원전 부지내 사용후연료 임시건식저장시설의 적기 확보다.
국정과제에는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한 특별법만 언급이 되었는데, 조만간 발전소 습식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리, 한빛 그리고 한울 원전본부의 14기 원전은 대통령 임기중에 임시저장시설의 건설에 착수하지 않으면 계속운전도 어렵고, 2031년 이전에 가동이 모두 중단될 심각한 사안이다. 이에 국정과제에 반영된 고준위 영구처분장의 조속한 확보와 함께 각 원전본부에 임시건식저장시설도 적기 건설되어야 한다. 아울러 이 원전들의 일부 사용후연료들을 습식 저장용량이 비교적 여유있는 새울본부와 신월성본부의 저장시설로의 이동저장 방안도 새 정부에서 검토하길 바란다.
셋째, 원전 최강국으로서 핵연료주기 기술의 자립을 이뤄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원전 건설 및 운영 역량은 세계 정상급 수준인 데 반해, 핵연료주기기술은 중위권 수준으로 파악된다. 핵연료주기는 일반적으로 선행핵주기(우라늄정광, 변환, 농축, 연료집합체 제작)와 후행핵주기(사용후연료 임시저장, 재처리 또는 영구처분)로 구분되는 데 우리나라가 현재 시설까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은 ‘연료집합체 제작’과 ‘사용후연료 임시저장’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남북대치 특수상황에서 농축, 재처리와 같은 민감기술 개발은 한미원자력협정 등에 의해 원천적으로 통제받고 있지만 비슷한 여건에 있는 일본의 경우 오래전부터 미국과의 원자력협력을 강화하여 민감기술 자립에 성공하였다. 핵연료주기 기술자립은 세계의 에너지자원 경쟁이 심화될 경우를 고려하면 꼭 필요하며 원전 수출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이 되므로 신정부는 미국과의 원전동맹을 강화해서 핵연료 주기기술을 자립하고 원전 최강국의 면모를 갖추어 가기 바란다.
넷째, 원자력 신뢰도 회복 및 국민소통 혁신이 절실하다.
국내 원자력은 1978년 고리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 세계 최고수준의 건설 및 운영능력을 갖추어 2009년에는 미국, 프랑스, 일본과 같은 원자력강국들을 제치고 UAE에 원전 4기를 수출해서 세계를 놀라게 했으며, 수출계약 이후 현재까지 원전 설계, 제작, 건설, 시운전단계를 거쳐 상업운전단계까지 가장 성공한 수출 프로젝트의 본보기가 되어 UAE 뿐 아니라 사우디, 이집트, 체코 등 세계 잠재고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에 국내의 경우, 인접국에서 발생한 후쿠시마 사고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국이 이어 지면서 원자력산업계의 인력 손실과 사기 저하가 발생했으며 안전관련 연구와 시설에 대한 투자 감소 등의 이유로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도가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새 정부는 원전 최강국을 달성하기 위한 원전의 신뢰도 회복과 우수인력 확보(예: 한전에너지공대 활용) 방안을 수립하고,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으로 원자력전문가를 격려해 주기를 바란다.
국내 원자력계는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정책폐기방침은 무조건 좋아하고,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단순한 피해의식을 갖기 이전에, 왜 문 전 대통령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원자력의 안전성을 걱정하고 탈원전을 주장했는지에 대한 자성의 시간도 필요하다. 원전 안전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노력은 부단히 하고 있는지, 국민 이해를 제고하기 위한 정보 공개방침이 너무 경직되지 않았는지, 탈핵 인사들과 마음을 열고 충분한 대화를 해 왔는지를 곱십어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국가에너지 정책이 뒷걸음치지 않도록 화합과 소통의 혁신이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는 원전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혁신방안을 강구하여 국민의 이해를 얻고 사랑받는 에너지원이 되어 원전 최강국의 꿈을 이루어 가기 바란다.